지난 칼럼에서는 자율주행차가 인간의 삶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내용을 다뤘다. 자동차도 새로운 콘텐츠 소비의 장이 된다는 의미이다. 자율주행차에 장착되는 ‘디지털 콕핏(Digital Cockpit, 디지털화한 자동차 조종석)’이 콘텐츠 플랫폼으로 가는 가교 역할을 담당한다. 이러한 현상은 2016년 자동차 전장업체 ‘하만’을 인수한 삼성전자의 행보에서 짐작할 수 있다. 2011년 3월에 하만은 운전석에 49인치 QLED 디스플레이와 JBL 사운드 시스템을 탑재하고, 뒷좌석에는 55인치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차량을 발표했다. 자율주행차는 탈것을 넘어 움직이는 사무실, 홈으로 변모한다. 이때 대형 디스플레이는 AI 스피커를 통한 음성인식으로 동작해야 한다. 운행 중인 자동차에서 손발, 눈과 귀가 자유로워진다. ‘음성’ 명령만 내리면 당신은 인포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다.
이처럼 자율주행 차량은 콘텐츠 서비스 플랫폼으로 확장하고, 1인 미디어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 기능 탑재로 개인 미디어 발전에도 기여한다. 저지연 IoT(Internet Of Things, 사물인터넷) 기술은 실시간 방송을 돕고, 클라우드 서비스는 다양한 원 콘텐츠 접목을 지원한다. 그리하여 콘텐츠 소비의 개인화는 가속할 것이고, 개인의 취향과 관심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더 정교한 추천 콘텐츠를 날마다 배달해 준다. 이처럼 기술 발전은 콘텐츠 서비스 스펙트럼 확장이라는 메시지를 준다. 이제 방송기술은 새로운 콘텐츠 서비스 시장 개척에 나설 차례이다.
이러한 상상을 현실화하는 움직임이 있다. 먼저 빅테크 기업의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영상 콘텐츠 분석 사례이다. 지난 3월 페이스북 AI 연구소는 인스타그램에 릴즈(Reels) 추천 시스템을 구축했다. 릴즈는 15~30초 정도의 짧은 영상을 말한다. 릴즈 추천 시스템은 영상 속의 이미지와 음성을 연계해서 분석하는 능력이 있다. 배경음악이 같더라도 영상이 다른 콘텐츠를 구별해 중복 여부를 알아낸다. 더 나아가 영상 속의 텍스트를 추출하고, 인지하는 능력을 더한 ‘보고, 듣고, 읽는’ 능력을 겸비한 AI 출현을 예고했다. ‘메타’로 사명을 변경한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의 소셜 네트워크 기반 서비스에 이 기술을 접목할 것이다. 물론 이들의 관심은 광고와 쇼핑 영상에 방점을 두고 있다. 이 점에서 방송사는 새로운 숙제를 만난다. 이들 기술과 서비스에 아카이브 기반 영상 콘텐츠를 공급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이다. 1단계는 AI 기술을 응용한 콘텐츠 서비스의 업그레이드이다. 예를 들면, ‘오징어게임 후속편 보여줘’ 한 마디에 바로 응답하는 ‘추천 콘텐츠’ 서비스를 방송에서 제공하자는 것이다. 미래형 플랫폼에서 콘텐츠 서비스는 지금의 OTT에 공급하는 방송 콘텐츠처럼 한편으로 공급하는 방식으로는 부가가치가 미미하다. 우리가 가진 것은 오징어 이외에도 꼴뚜기, 주꾸미 게임도 있고, 퓨전 콘텐츠는 이런 것도 있다고 알려주는 절차가 필요하게 된다. 한마디로 유튜브가 가지고 있던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을 콘텐츠 공급자가 가지는 시대를 열어야 한다. 이것은 자연스럽게 더 빨리, 더 크게 미디어 지형을 바꿀 메타버스 콘텐츠 플랫폼 서비스로 연결된다.
AI 기술을 활용한 콘텐츠 서비스가 현재 서비스의 확장이라면 진정한 미래형 콘텐츠 플랫폼은 메타버스이다. 게임 기반의 ‘메타버스 플랫폼’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또한, 재택근무에 익숙한 발 빠른 기업들이 ‘메타버스로 출근하기’를 실천하고 있다. ‘메타버스’는 이제 더 이상 MZ세대의 전유물이 아니다. 가상공간으로 출근하는 ‘나의 캐릭터’와, 현실 공간으로 퇴근하는 ‘나’ 사이를 연결해주는 콘텐츠에 대한 요구가 밀려올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스마트폰으로 세상을 바꿨던 것처럼, 이제 콘텐츠 서비스의 개념 모델을 바꿀 때가 왔다. 콘텐츠 생산자는 제작 능력만으로 최고의 콘텐츠 기업이 될 수 없다. 콘텐츠 소비의 새로운 개념을 제시해야 한다. 이 점에서 ‘메타버스’는 미래형 콘텐츠 플랫폼으로 제격이다.
인터넷 기반 온라인을 제2의 세상이라고 할 때, 온·오프라인을 융합한 세 번째 세상인 ‘메타버스’는 미래형 콘텐츠 플랫폼 시장을 앞당기고 있다. 미국 가속연구재단은 메타버스를 4가지 범주로 분류했다. 첫째, 현실에 가상 이미지를 추가하는 ‘포켓몬 고’, ‘홀로렌즈 활용’과 같은 증강현실 영역. 둘째, 일상을 소셜 플랫폼에 디지털로 기록하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같은 라이프 로깅 영역. 셋째, 현실 세계의 정보를 그대로 디지털 세계로 옮겨놓는 ‘구글 맵’ ‘구글어스’ 같은 거울 세계 영역. 넷째, 현실과 다른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대안적 디지털 세계를 만들어서 연결하는 ‘VR 게임’, ‘세컨드 라이프’ 같은 가상 세계 영역 등이다. 이러한 분류를 바탕으로 현재 시도되고 있는 메타버스 서비스 유형은 다음 4가지로 나눌 수 있다. 게임형,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형, VR 및 AR 기반형, 회의·업무형 메타버스이다.
현재 가장 앞서있는 게임형 메타버스 유형인 로블록스, 마인크래프트, 포트나이트, 제페토 등은 발전의 좋은 연결 고리가 된다. 방송 콘텐츠 서비스는 기존의 강점인 VR 및 AR 응용 콘텐츠 제작에 게임 접목과 소셜 연계 등으로 진입을 시작해야 한다. 상상력을 현실로 만드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흩어져있는 기술을 융합해 우리 스스로 만들면 된다. 메타버스라는 미래형 콘텐츠 서비스 플랫폼에 날개를 다는 일을 시작하자. 딱 좋은 시기는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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